이제 조용한 유후인을 떠나야 할 시간이 되었다. 물론 짝 촬영때문에 마지막 떠날 때 유후인은 참 시끄러웠지만..^^: 암튼 조용하고 평온한 마을인 유후인을 떠나 다시 대도시인 후쿠오카의 하카타역으로 향했다.
이번에는 올라타자마 맨 앞의 모습을 담아보기로 했다. 처음으로 유후인노모리(ゆふいんの森)를 탈 때도 얘기했지만, 1호차에서 보면 이렇게 뻥 뚫린 시야를 즐기며 갈 수 있고, 열차를 운전하는 모습도 구경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가능하다면 1호차 맨 앞자리를 예약하는게 제일 좋다. 물론 경쟁률은 장난아니겠지만..
그렇게 앞에서 촬영을 하고 조금 뒤로 돌아와서 유후인노모리의 모습을 담아봤는데.. 웬지 처음 탔던 것과 다른 느낌이 들었다. 조금 더 낡은 느낌이 든다고나 할까? 알고보니 지금 타고 있는게 구형인 1세대 모델이었다. 암튼 우연인지 원래 이런식으로 운행되는지는 모르겠지만.. 한번에 구형과 신형을 모두 체험할 수 있는 행운을 안았다고.. 생각해도 되려나?^^;
처음부터 여기저기 돌아다닐까 하다가 일단은 피곤해서 자리에 앉아 좀 쉬기로 했다. 어차피 2시간 넘게 가야하니..^^: 우리처럼 당일여행을 마치고 가는 사람이 많아서인지 아침열차의 시끌벅적한 분위기와는 다르게 다들 잠을 자느라 조용했다.
심심해서 열차표 인증샷도.. 원래 계획은 이것 다음 출발열차였는데, 그냥 15:50발 열차로 선택하길 정말 잘했다고 생각했다. 남자들끼리 유후인을 가니 아무리 여유있게 돌아다녀도 금방이라서..^^: 생각해보니 체류시간은 4시간 정도 밖에 안되지만, 그 시간이면 유후인을 충분히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라 생각한다.
만약 온천을 제대로 즐긴다고 해도 여행 중에 가급적 많은 걸 보자고 마음 먹은 사람은 유후인은 단순히 구경만 하고 오이타쪽으로 가서 1박하며 즐기는 일정이 훨씬 좋다고 생각한다. 반대로 한 곳을 제대로 즐기자는 주의라면 유후인에서 여유있게 1박을 하는게 나을 것이다.(그러면 긴린코 호수의 멋진 물안개 모습도 볼 수 있을테고) 암튼 개개인의 여행 성향에 다를테니 잘 맞춰서 계획을 세우길..^^
다시 돌아가는 길에 촬영한 바깥 모습.. 유후인으로 올 때와 다른점이라면 천천히 지나갔던 포인트(폭포, 언덕)를 그냥 휙 하고 지나가 버린다는것! 그렇기 때문에 유후인으로 올 때 그 장면을 놓치면 다시보기가 힘들다.
졸다가 바깥 구경 하다가를 반복하고 있는데, 갑자기 승무원이 바구니를 들고 돌아다니는데 알고보니 유후인노모리 오리지널 캔디를 하나씩 주고 있었다. 원래는 한봉지에 300엔짜리인데 맛보기용으로 하나씩 주고 있었다. 맛은 자두맛캔디와 비슷했는데 생각보다 꽤 맛있다. 솔직한 마음으로 기념품 삼아 한 봉지 사갈까 했는데, 결국 300엔의 가치까지는 하는 것 같지 않아 포기.. 그리고 난 집에 와서 왜 안사왔을가 후회를 하는 항상 반복되는 일을 하고 있었다. 여행 갔을 땐 비싸더라도 사고 싶은 건 그냥 사오는게 낫다는 진리를 알면서도 실행을 못하고 있으니.. 흑..ㅜㅜ
암튼 맛난 캔디를 입에 물고 즐거워하며 그림같은 풍경을 즐겼다.
한참 후에 휴게실로 가보기로 했는데, 내가 여행 전에 다른 블로그에서 봤던 유후인노모리의 휴게실이 보였다. 1세대는 구형이긴 하지만 꽤 넓은 휴게실을 가지고 있어 여행의 여유로움을 즐기기에 좋게 만들어놓았다.
바깥 풍경을 보며 담소도 나누고 방명록에 글을 남길 수도 있고..
어떻게 하다보니 휴게실에 나와 동생녀석만 남게 되어 그냥 있기는 좀 심심해서 매점에서 뭘 사먹기로 했다. 커피나 한 잔 할까 하다가 결국 고른건 생맥주 한잔. 동생녀석이 얼굴이 붉어진다고 안 먹었는데, 나는 얼굴이 붉어져도 그냥 마시고 싶어서 한 잔 주문했다. (참고로 1세대에서는 한 잔에 400엔, 2세대에서는 500엔이라고 되어 있다. 이 차이가 뭔지는 정말 뭔지 궁금하다. 해결 방법은 또 타는거 밖에 없나..;;)
그런데 한 잔을 주문했는데 두 잔이 나왔다. 왜 이러냐고 물어는 봤는데, 그 대답을 알아 들을 정도로 일어를 잘하진 않으니 그냥 알아듣는 척 웃으며 나왔다..^^:
왜 이렇게 줬을까 계속 생각하다가 우리가 내린 결론은 줘야될 양에 비해 컵이 작아서 두 잔에 나눠줬다는 것이었고, 덕분에 동생녀석은 자신의 양에 맞게 반 잔을 먹을 수 있게 되었다는 해피엔딩.. 응??
암튼 바깥 풍경을 보며 이야기를 나누며 시원한 생맥주를 마시니.. 웬지 모르게 기분이 좋아졌다. 사실 열차에서 이런 여유를 즐길 수 있다는 걸 우리나라에서는 경험해 본 적이 없다보니..^^: 앞으로는 우리나라에서도 열차 여행을 좀 자주 해볼까 하는 생각도 들고.. 맛있는 생맥주를 팔면 좋겠지만 없다면 시원한 캔맥주도 좋겠다!
그렇게 휴게실에서 여유를 즐기고 바깥 풍경도 촬영하고(어두워져서 사진은 모두 꽝..;;) 있는데 어떤 승무원이 말을 걸어왔다. 안되는 일어와 영어로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눴는데.. 생각해보면 일본 여행 하면서 누군가 먼저 말을 걸어준 경우는 이번 여행이 처음이었던 것 같다.
전날 하카타역 건너편의 스타벅스에서 점원이 내가 한국인인 걸 알고 유창한 한국어로 말을 걸었던 것에 놀랐었는데, 이번에는 열차에서 말을 먼저 걸어주고.. 아무래도 여행자들이 많은 큐슈의 특성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방인에 대한 반감이 다른 지역보다는 적은 곳이 아닐까라고 (내 맘대로) 생각했다. 지금와서 한가지 아쉬운 점은 말을 걸어준 사람들 사진을 한 장씩이라도 남겨둘걸.. 그러면 더 추억이 되었을텐데.. 아.. 이런 소심한 인간..
암튼 그렇게 유후인노모리에서 2시간 동안 지루하지 않은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하카타역에 도착하니 어느새 밤이 되어있었다. 이제 좀 걸어볼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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