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4월 8일 vs 라쿠텐 경기 당시 모습입니다. 다른 여행기보다 먼저 소개합니다!>
사실 야구장의 응원문화는 나라마다 차이가 있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모든 관중이 경기내내 쉴새없이 응원을 하고, 치어리더들이 응원을 유도하는 방식은 다른나라에선 보기 힘들다.(그렇다보니 용병들이 우리나라에서 뛰면 당황하기도.. 사직을 함 가봐야..ㅎㄷㄷ) 그래서 이번에는 오릭스 버팔로스의 응원문화를 통해 일본 프로야구의 응원문화를 조금 엿보도록 하겠다. 어쨌거나 저쨌거나 한가지 확실한 건 우리나라 응원이 제일 재미있다는 것..^^:
- 경기 시작 전
경기 시작 약 10분 전이 되자 캐릭터들이 나와 나름의 퍼포먼스를 보여주기 시작했다.
<왼쪽의 다스베이더 모양의 헬멧을 쓴 오릭스 캐릭터가 경주해보라고 제안을..>
뭘하나 했더니 오릭스의 캐릭터와 상대팀인 라쿠텐의 캐릭터가 경주를 시작한다. 보통은 이렇게 앞서가도 홈팀이 이기게 해주겠구나 싶었는데, 승부의 세계는 정말로 냉정했다.(원정팀 캐릭터가 이길거라고는 상상을 못했음) 여기서 한가지 특이한 점은 상대팀 캐릭터와 같이 하는 응원문화랄까.. 홈팀 팬들만을 위한 응원이 아닌 원정팬들을 위한 응원도 같이 한다는게 신선해보였다. 사실 이 경주만 보고 단정지었던 것은 아니고, 경기 내내 그런 분위기가 느껴졌다.
캐릭터 경주가 끝나자 오릭스의 치어리더들이 나와 응원을 했다. 우리나라 야구장에서만 볼 수 있던 치어리더들의 응원을 이제는 일본야구를 비롯해 MLB에서도 종종 볼 수 있게 되었다. MLB의 경우 관중이 적은 팀들이 이런 치어리더들을 동원하는 경향이 있지만.. 일본의 경우엔 최고 인기팀인 요미우리도 치어리더들이 있으니까.. 일본야구에서는 어느 정도는 안착 됐다고 봐도 될 것 같다. 물론 우리나라처럼 치어리더들이 관중석 단상에 올라가 응원을 하지는 않는다.
<치어리더는 그냥 멀리서 보는게 나을 것 같다..;;>
치어리더들의 응원 이후 갑자기 합창단(오사카 시민 합창단.. 뭐 그런 분위기..)이 들어왔다. 속으로 '설마.. 설마..' 했는데.. 갑자기 기미가요를 부르길래 이게 뭔가 싶었다. 사실 야구경기 시작 전에 국민의례 행사를 하는 건 우리나라와 미국만 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고, 예전 도쿄돔에 갔을 때도 그런 행사가 없어서 이번에도 당연히 안하겠지 싶었다. 그런데 갑자기 생각지도 않은 기미가요를 라이브로 들으니 참 난감한 기분이 들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자리에 일어나지 않은 사람도 꽤 많아서 우리도 묻혀갈 수는 있었는데, 암튼 게임 시작 전부터 기분이 좀 그랬던 건 사실이다. (솔직히 말하면 사진을 촬영할까 했는데 그 증거를 남기는 것 조차도 기분이 안 좋아서 그냥 말았다.)
그리고 선수 소개와 함께 치어리더들이 덕아웃 근처에서 수비위치로 가는 선수들을 응원해준다.(솔직히 말하면 이 행사 이후에 기미가요 부르는 행사를 했는지, 전에 했는지 지금 잘 기억이 안난다.)
- 타석 등장시 선수 소개
우리나라도 그렇지만 홈 팀 공격시 선수마다 등장화면이 나오고 응원가가 나온다. 응원가는 선수가 좋아하는 음악을 트는 경우도 있는데, 오릭스의 경우 선수마다 응원가를 따로 만들어 주는 듯 했다.
<이대호가 타석에 등장하면 전광판에 이런게 나온다. 캐릭터가 보여주고 있는 방망이를 서로 치는게 이대호 등장 응원법>
오릭스의 프랜차이즈 스타인 T-오카다가 등장하면..
T-오카다만의 응원가가 나오면서 모든 홈팬들은 수건을 머리위로 흔들어 준다. 문제는 그걸 동영상 촬영하지 않았다는 것이지만.. 오릭스 중계를 본 사람들은 알 수 있을거라 생각한다. 사실 팬들이 가장 적극적으로 응원하는 선수는 T-오카다 정도 였던 것 같다. 그 외에는 고만고만.. 괜히 프랜차이즈 스타가 아니구나 싶었다.
- 클리닝 타임
5회가 끝나면 클리닝 타임을 갖는데, 그 때는 캐릭터와 치어리더들이 나와 응원을 한다.
이렇게 구장 관리요원들이 열심히 땅을 고르고 줄을 긋는 동안..
캐릭터들과 치어리더들이 같이 응원을 한다. 여기서도 원정팀 캐릭터가 같이 나와 응원을 한다는게 좀 색다른 풍경이었다고나 할까.
전광판 밑에서 혼자 열심히 댄스 삼매경에 빠져있던 오릭스 캐릭터. 생긴거 만큼 이 녀석, 범상치가 않다. 암튼 지루할 수 있는 클리닝 타임을 즐겁게 해주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었다. 관중들이 실제로 즐거워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 단체 응원
우리나라의 경우 내야석에 응원 단상을 만들고, 그 위에서 응원단장이 응원을 유도하는 방식이라면, 일본은 외야에 서포터 개념의 팬들이 모여 단체 응원을 한다. 즉, 누가 단상 위에 올라가서 응원을 유도한다기 보단, 선수마다 응원 구호를 만들어 외치거나, 노래를 부르면서 응원하는 방식. 그렇다보니 일본야구의 응원 열기를 제대로 느껴보고 싶다면 외야석에 자리를 잡는 게 좋다.
아무래도 원정팀이라 수가 적은 라쿠텐의 팬들..
이 날 경기에서 관중은 반 정도 밖에 안찼지만, 최소한 1루 외야쪽은 빈 자리가 거의 없었다. 아무리 인기가 없는 팀이라고 해도 홈팀 서포터들은 계속 찾아주다보니 오히려 1루 외야쪽은 자리를 구하기가 힘들다.
- 7회 공격 전
야구에 있어 7회는 각별한 의미가 있는 이닝이다. 그렇다보니 7회 공격이 들어가기 전에는 응원가를 부르고 뭔가 색다른 응원을 하기 마련이다.
7회초 라쿠텐의 공격이 들어가기 전, 갑자기 생각지도 못한 라쿠텐의 응원가가 나오며, 서포터들이 빨간색 풍선을 쏠 준비를 하고 있다. 나에겐 이게 정말 신선한 충격이었다. 아예 교세라돔에서 원정팀 응원가를 틀어주고 서포터들이 합창을 하기 시작하는데, 아니.. 오릭스가 대인배인건지, 퍼시픽리그는 다 이런건지 도저히 감이 안왔다.(도쿄돔에서는 당연히 안그랬음) 펜스 밑에 있는 붉은 자켓을 입은 스태프들은 떨어지는 풍선을 줏어갈 준비를 하고 있는 걸 보니, 최소한 교세라돔은 원정팀 응원에 대해서도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는 것 같았다.
암튼 원정팀 응원도 다 준비해주고.. 이게 웬 'LOVE & PEACE' 란 말인가.. 다른 팀도 이러는 지는.. 다음 기회에 야구를 또 봐야 알 수 있을 듯 싶다..;;
그리고 7회말 홈 팀 오릭스의 공격 전, 이번에는 오릭스 팬들이 풍선을 날릴 준비를 한다. 물론 응원가를 따라부르고..
끝나면 모두 풍선에서 손을 떼는데, 그러면 특유의 '뾰~~~옹' 하는 재밌는 소리를 내며 날아간다. 사실 응원 중에 이게 제일 장관이지 싶다.
오릭스의 응원문화를 보며 느낀 건 우리나라는 열광적이고, 일본은 좀 아기자기한 맛이랄까. 물론 오릭스의 응원 문화가 일본 프로야구 전체를 대표할 수는 없지만, 많은 부분을 반영하고 있을테니까.. 개인적으론 MLB식의 앉아서 맥주 한 잔하며 조용히 야구를 즐기는 스타일이지만, 귀에 시끄러운 응원 소리가 안들리면 웬지 재미가 없는게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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