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들은 고양이를 상당히 좋아한다고 들었다. 신성시 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암튼 그렇다보니 일본에 가면 고양이도 많이 보겠구나 했는데, 내가 동물을 안좋아하는 걸 잘 아는지 고양이 아니, 엄밀히 말해 길냥이들이 내 앞에 나타난 적이 거의 없었다. 어쩌면 내가 그냥 무시하고 지나갔을지도 모르겠지만..
그런데 이번 북큐슈 여행, 그 중에서도 나가사키에서 길냥이들을 만날 수 있었다. 역시나 고양이 특유의 쿨함은 길냥이도 다 가지고 있는 것 같다. 개와는 다르게 사람을 무시하는게 고양이들의 습성이라더니.. 암튼 이 녀석들은 나가사키의 글로버공원을 올라가는 길에 봤던 녀석들로 주변 분위기상 언제 가든 그 자리에 있을 것 같다.
주변 풍경을 촬영하는데 주변을 어슬렁 거리던 녀석..
벽에 기대더니..
머리가 가려웠나보다 모서리에 머리를 박고 벅벅 긁기 시작했다. 여기까지만 봐서는 동물을 안 좋아는 내가 봐도 참 귀엽다라고 느꼈는데..
사람처럼 철퍼덕 앉아 여기저기를 햝는걸 보니 피부병인지 싸워서 상처가 났는지 여기저기 털이 빠지고 붉은 살을 보이는 곳이 있었다. 그냥 귀엽다고 보기에는 참 안타까웠던..
상처가 난 곳을 열심히 햝던 녀석..
옆에는 그 녀석을 바라보는 늙은 고양이가 있었다.. (사실 고양이를 안키워봐서 나이는 가늠이 안되지만.. 그냥 그렇게 보여서..)
그러다 계단 아래를 한참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 모습이 좀 외로워 보였다. 혹시 누굴 기다리는 걸까..
다시 글로버공원으로 올라가는데 어떤 집 지붕 위에 여러마리의 길냥이들이 모여있었다. 나름 녀석들의 아지트인듯..
멀리서 촬영하는데 한참을 째려보던 녀석.. 고양이가 째려보면 참 무섭다..;;
지붕 위 그늘에서 편히 쉬는 녀석도 보인다.
입구 앞에서 봤던 길냥이인데 이 녀석은 얼굴 전체가 붉게 상처가 있었다. 피부병인지 뭔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얼굴을 또 긁는걸 말릴 수도 없고.. 쩝..
그리고 길냥이와의 짧은 인연은 나가사키를 떠나기 직전에 또 이뤄졌다. 나가사키역 플랫폼에서 빵을 먹고 있는데 뒤에서 누가 바라보는 듯한 느낌..
검정색의 작은 고양이가 똘망똘망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사실 나는 빵을 다 먹은 상태였고, 같이 간 동생녀석이 아직 먹고 있길래 조금 뜯어서 주려했는데..
빵을 주려 하니 이 녀석 도망간다..;;
일어나려하니 도망가길래 그냥 대충 던져주고 말았다. 경계심이 많은거 같아 안보고 있다가 다시 뒤를 돌아보니 멀뚱멀뚱.. 그러고보니 던져준 작은 빵 조각은 어느새 먹었고..
또 일어나려하니 철망아래로 도망.. "에이.. 나도 안 쫓아 가련다.."
열차시간이 다 되어 열차 가까이 간 후 혹시나 하는 마음에 뒤를 돌아보니 우리가 앉았던 테이블에 검정 솜뭉치 같은게 보였다. 역시나 아까 그 녀석.. 떨어진 빵조각이라도 있는가 싶어 온 것 같았다. 하지만 우리가 깔끔히 먹은 탓에 별 소득은 없었을듯.. 이럴줄 알았으면 좀 남겨놓을 걸 그랬나 싶기도 하고..
암튼 나가사키에서 만난 길냥이들은 귀엽기도 했지만 안타까운 마음이 더 들게했다. 처음에도 말했지만 동물을 별로 안 좋아하는 나로선 녀석들이 어떻게 되던 상관이 없다고 생각하며 살아왔는데, 이렇게 보니 연민이 좀 느껴진달까.. 암튼 인간들 틈에서 같이 살아가기 참 힘들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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